잘가 2020 (부제 : 25살 자유인의 1년 후기)
3년전 단톡방 이름도 세계 최강 설레발 어쩌구였던,
3개월전부터 준비해서 떠났던 그 내일로 여행 멤바 중 한명인 나,,,
2020이 3주 남은 이 시점에도 벌써 혼자 미리 2020을 보내줄 준비를 한다.
한달 동안 자주 들어와 촘촘히 남긴 2020에 대한 감상
올해는 내가 한국에서 25살이 되는 해였다.
내가 기억하는 시간 내에서 내가 아무 단체에도 소속되지않은 그냥 사람이 된 첫 해였다.
바꿔말하면 자유인이었다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 자유롭지 못했다.
구정부터 슬슬 위협을 시작해서 아직까지 물러날 기미를 보이고있지 않은 코로롱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고
뭔가 확실하게 정해지지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도 큰 몫을 했다.
올해 가장 공감갔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하면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하는 이야기였다.
우스갯소리로 다들 고등학교 입학할 땐 자기가 서울대 갈 수 있을 줄 안다고 착각한다곤 하는데
나도 물론 내가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줄 착각한 때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지 않을까 상상한 적도 있고(이건 일단 계속 상상해본다.)
더 가까운 과거에는 대학 졸업만 하면 이름난 기업에 금방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공부에 뜻이 있는 편이 아니라 서울대는 이번 생에 (버스타고 가는 거 말고 재학하는 것으로) 가는 건 좀 힘들겠지만,
나머지 것들은 남은 생에 충분히 이뤄볼 수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 상상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들이 상상했던 것 만큼 쉽고 빠르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걸 이제 알고,
혹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과정에서 내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20대 사람 중 하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때문에 좌절하게 되는 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래도 괜찮지 않나? 모두가 다 특별할 순 없지않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시기에 나와 내 주변이 모두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작지만 작지 않은 것들에 감사하는,
그냥 내가 특별하다 생각하는 일상과 행복을 누리며 살면 되지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진짜 특별한 걸 못가져서 그런거 아닌가요? 라는 태클은 가끔 스스로에게도 거는데
복세편살이라고 쓸데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건 적당히 하자!고 마무리한다.
/ 2020. 12. 06 오전 2시
2020을 2주 조금 넘게 남긴 이 시점, 다시 글을 쓰러 들어왔다.
올해를 숫자로 표현하자면 나는 69라고 말하고싶다.
지난주에 결과를 확인한 컴활 시험에서 커트라인이 70점인데 69점으로 떨어져서 그런건 아니고,
매일 목표 내용을 인증해서 습관을 만들자고 하는 카카오의 프로젝트100에 참여해서
69%의 참여율을 보였기때문도 아니라고 말하고싶지만 사실 둘 다 맞다.
올 한 해 끊임 없는 자아성찰을 통해서 '나는 70의 삶을 살고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1부터 100까지 있다고 치면 중간은 50이니까,
70은 중간보다는 높지만 그렇다고해서 와!하고 감탄할 정도는 아니고,
내가 쳤던 시험들처럼 많은 시험의 절대평가의 기준점으로 이정도만 넘으면 됩니다~하는 정도이기도 한,
그래서 좋은겁니까 나쁜겁니까!!!하면 좋은겁니다 대답할 수 있지만 약간 석연찮은 구석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노력이든 열정이든 내가 그 순간에 쏟아부은 게 100이었을 수는 있지만
그 순간과는 별개로 나중에 결과적으로 그 일에 대해 평가하자면 70정도 라는 얘기고,
그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온 지금까지의 삶도 평가를 해보자면 70이지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왜 올해는 70점에서 1점이 깎였느냐
시험에 몇 번 떨어지는 등 목표했던 것만큼 달성하지 못하게되면
남탓, 환경탓 등 나말고 다른 모든 것에 탓을 하고싶어지지만
결국엔 생각해보면 내가 목표치만큼 안했기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게된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그게 사실일거다.
분명히 환경적으로 힘든 시기였던 건 맞지만 올 한해 내가 후회하지않을만큼 노력했나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100은 아니지만 90도, 80도 아니지만 이에 집중해서 올라가려기보다는
60, 50 혹은 더 아래를 생각하며
그래 난 그래도 70이잖아~하고 너무 적당히 한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0만큼 노력한다고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70이면 최소 70만큼은 했어야했는데 그렇지않았던 내 자신에게 마이너스 1점!
앞자리 바뀌는건 좀 커서 이젠 어...나 이제 60대...?하고 반성해서
내년에는 최소 70을 넘어 그 이상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20. 12. 15 오후 5시29분
지난주는 굉장히 바빴고 또 고민을 하다가 쓰지않고
12월의 마지막 주, 2020년을 약 하루정도 남긴 이 시점에 마무리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주에 면접을 연이어서 두차례나 보고왔다.
내가 옛날에 생각했던 미래의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같은 면접이었다.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결과 발표까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오늘 결국엔 최종 탈락 메일을 받았다.
이로써 울산에 내려와 취준을 시작한지 1년만에
서류탈락, 대표면접 전 채용중단, 면접탈락, 최종탈락이라는 웬만한 과정을 다 겪게되었다.
어쩐지 이번달에 좀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진심으로 바랐던 회사에 채용이 안된 사실이 안타깝고 또 서럽고
서류를 쓰고, 면접을 보고, 또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 조마조마해야하는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한다는 게 지긋지긋해서 눈물 펑펑이었다.
자주 베갯잎에 눈물을 훔쳐 취준생은 장발장이라는 이낭낭 선생의 띵언을 덧붙인다...
작년에도 습관처럼 했던 말이 '쉽지 않다'였는데
이 말을 언제쯤이면 안쓸수 있을지...내 생각엔 평생 쓸것같다.
참 이렇게 연말까지 쉽게 끝나지 않다니...
눈물콧물 다 짜긴했지만 그래도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던 건
그 순간에 나 혼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었다.
'됐어! 너 안뽑아주는 회사 뭐야? 가지마!' '괜찮아. 천천히 다시 준비해서 다른데 좋은데 가'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그러자! 이깟 취업! 언젠간 끝나겠지 하고
털어내려할 수 있었다.(아직 완벽하게는 다 안털렸다...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꽤 큰 회사에서 내 서류를 보고 면접에 불러주고
1차를 통과시켜 2차면접까지 보게해줬다는 것이
그래도 나에게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해준 것 같아서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다음 회사 긴장해라?! 가만 안둬!!!!!!
어제같이 생생한 작년 이맘때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던 것이
2020! 레벨업해서 제일 잘 나가는 쥐띠가 될거라고 했다.
잘나가긴 무슨 집 밖도 잘 못나갔지만,
내가 생각한 레벨업이 취직, 입사였고 아직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작년의 나에 비하면 분명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목표한 것을 모두 이룰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성장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 아닐까
2021년은 가까워진 목표를 내 손에 넣는 그런 한 해이길 바라며
다시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더 성장하는 수밖에!
잘가라 2020!!!
너의 후임은 제대로 된 놈이길 빈다!!!
/ 2020. 12. 31 오전 12시 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