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오상!
최근 일을 하면서 그동안 운 좋게 좋은 동료들을 만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몇 명 꼽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호주에서 만난 타카오상이 가끔씩 생각이 난다.
새까만 바가지st 머리스타일에 블랙진을 입고 맨해탄포티지 백팩을 맸으며
일본인 특유의 영어 악센트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하던 타카오상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비자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회사가 운영하던 호스텔에서 살던 타카오상
타카오상은 일본에 있을 때 명문대를 나와 일류 기업에 취직했었는데,
엄격한 조직 생활이 본인에게 맞지 않았을 뿐더러
바이크를 타다 사고가 난 이후로 심경 변화가 생겨 호주로 왔고
자긴 절대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영화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호주에서 돈을 모아 미국에 공부하러 가고싶다고도 했던 것 같다.
내 인턴 기간이 끝나갈 쯤에
회사가 사업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면서 인사 조정까지 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타카오상은 권고사직 받으며 회사 협력업체로 반강제 이직을 하게되었다.
3년동안 일해온 회사로부터 그런 처분을 받은 후에,
남몰래 울었는지 눈이 벌개져서는 힘없이 퇴근하던 타카오상의 뒷모습이 아직 선명하다.
그 시기가 회사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참 애매하고 어수선한 시기라
타카오상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고, 또 곧 나는 골드코스트로 이사 가게 되었다.
골드코스트로 떠나기 전 날 밤 떠나는 나를 위해 간단한 회식을 했었는데
타카오상은 이직한 회사 일정때문에 회식에 오지도 못했다.
정말 못오는거냐고 너무 아쉽다고 문자를 남겼더니 답장이 왔고
문자로나마 근황을 전해 듣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때 타카오상이 해주었던 말
한국말이 편한 사람들을 위해 번역하자면
"어쨌든 내 생각엔 너가 회사에 가장 기여한 3인 중 한명이라고 생각해.
과거의 모든 스탭들을 다 포함해서.
그러니까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이 회사는 잊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너의 워킹홀리데이를 즐겨"
어찌 보면 아주 특별해보일 것 없는 마지막 인사의 문자일수도 있지만
당시에도 문자를 받고선 참 고마웠고
이후로도 가끔 힘이 필요할 땐 타카오상이랑 했던 문자들을 죽 읽어본다.
진심이 담긴 칭찬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 지를 직접 느낄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달까
생각보다 빠르게 호주를 떠나게 되면서
타카오상에게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고 친구 추가해줘! 하고 알겠다는 답변도 받았지만
이후로 연락이 없었고,
호주에 남아있던 다른 친구들과 연락하며 종종 타카오상의 근황을 물었는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그간 하던 일보다 더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고 스스로도 굉장히 즐거워한다고 했다.
인생이란 진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같은건가보다.
사실 살면서 무엇을 선택하든 대부분 궁극적인 목적는 행복일텐데
가끔 그 과정에 과몰입되어 본 목적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다 가끔 운좋게 타카오상같은 사람을 만나면
'아 맞다 누가 뭐래도 내가 행복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우연히 타카오상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발견했고
3년만에 직접 연락이 닿았다.
어엿한 3년차 바리스타로서 근면성실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답장한대로 정말 COOOL!한 근황이었다.
과연 몇년 후의 타카오상은 엄연한 프로 바리스타가 되어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났을지 벌써 궁금하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또 무엇을 하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