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6~7월에 비가 안내리고 한참을 덥더니
그때 못 내린 비가 이제야 내리는지
며칠 내내 흐리다 비오다 한다.


흐리고 비오는 날 
건물에 햇볕 안들어와서 
제 시각보다 훨씬 늦은 시각인것처럼 느껴지곤하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고등학생 때 야자하기 전 저녁 시간이 생각난다.


청소하고 방과 후 듣고였나
집에 갈 애들 학원 갈 애들 다 가고
야자할 애들만 남아서 저녁 머그러가자...하는 그 시간대


교실은 남향이지만
교실 옆 복도는 남향이 아니라 더 어두컴컴한데
형광등이라도 고장 나는 날엔 더 어둑하고


1년 내내 입긴 했지만 비오는 날은 쌀쌀하니까
지퍼 끝까지 채운 무룡하이스쿨 회색 체육복 져지 입고
삼디 끌고 급식실 가면

약간 불어서 더 우동 된 우동에 파인애플 꼬치 같은 거 나오고
점심시간이었으면 배식 받자마자 파인애플 낭낭이거까지 싹써리했지만 낭낭이는 이미 학원 가고없다.
저녁은 성게랑 한솔이랑 옥이랑 먹는다


비 안 오면 운동장 회전 초밥처럼 돌아야 하는데
비 와서 못 돌아다니고 그냥 교실로 간다


그러면 몇 명은 또 다른 반 가서 놀고 있어서 
사람 더 없는 교실 사물함에서 양치 컵 꺼내서 양치한다.

가끔 어느 반에서 누가 티비 뒤에 샤프심같은 거 꽂아서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게 해 놓는데
금요일에는 뮤직~뱅크!


그러고 앉아있으면 좀 있다가 야자 시작한다.


야자 시작하면 이제 수학을 조져야지
왜냐면 제일 문제가 수학이니까
끝까지 수학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졸업했지만
대학 갔으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대학에 가서도 1학년때는 수학을 들어야 했습니다...
1학기 내신 끝나고 놓은 수학을 1년만에 다시 잡아야 했을때...
심지어 술병 잡다 오랜만에 연필로 바꿔 잡고 재회한 미적분이란...
어...?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
어...난 잘 모르겠는데...아냐 그냥 초면인 것 같은데 죄송한데 누구세요?
바로 재수강행 급행열차~


국어 영어 지구과학은 좋아했다.
매삼비라고 매일 세 개씩 푸는 비문학 문제집 있었는데 맨날 세 문제 넘겼음
풀어야 하는 수학은 뒷전에 두고 좋아하는 것만 한 게 이때부터였나요..?
아니요 그건 그냥 본성이 그렇습니다..


과거 기억은 미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스트레스 없이 즐거웠던 것 같은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에 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뭐 그건 당연한 게 왜냐면 성적이 안됐으니까!^^껄껄
서울대 : ???뭐야?


어쨌든 대학이야 나중에 정하더라도 일단 성적만 만들어 놓으면 됐는데
맛있는 돈까스 먹고 싶을 때 먹고 살려면 머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스러운 시기라 그런가
그때가~~~생각이~~~난다~~~


사실 비는 핑계일지도~~~~~



봄에 학교에서 급식먹고 옥이랑 한솔이랑 성게랑 같이 찍은 사진 올리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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