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thinking. Just do it. 가보자고 2021년 후기.

작년에는 생각할 것도, 시간도 많았는데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어서 한 해를 정리하는 블로그 글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작성하고 있는 나날이다.

문 옆에 앉았는데 옆에 서 있는 사람이랑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원하지않지만 그분의 외투에 배어있는 담배냄새를 맡으며..구로역을 지나는 중..

오늘은 29일 수요일인데 사실 월요일에 전직장을 퇴사하고 화요일에 새로운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했다. 이 글을 읽는 모두 엥? 갑자기? 라고 생각하겠지만 원래 인생은 내 의지와 상관있든 없든 갑작스러운 일들이 끼어들며 재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있죠? 다만 재미있다는 것의 뉘앙스가 "와 재밌다!"일수도 있고 "..재밌네..?ㅋ"일수도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근데 계속 재밌다 라고 하니까 게슈탈트 붕괴현상이 와서 재밌..재밌...되뇌이게 된다.

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긴문장 네 줄을 쓰는건 어쩔수없는 TMT인가보다. 




저녁으로 고기를 먹고 외투에 고기냄새가 밴 건 아닐까 살짝 킁킁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저 적어본다. 

8개월간 나름 정 들었던 직장을 떠나면서 마지막날에는 잠깐 눈물을 흘릴뻔도 했다.

항상 귀찮은 일은 본인이 맡아서 다 하고 아침에는 커피도 내려주시던 팀장님, 면접 본 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항상 친절하고 나에게 도움되는 방향을 생각해주셨던 문쌤. 입사하고 한동안은 집에와서 언니한테 회사 이야기를 하며 문쌤을 천사쌤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먹는 취향이나 유튜브 보는 취향까지 비슷해서 항상 재밌었던 오쌤. 아침에 출근하는 내내 점심에 뭐먹을지 고민을 하다 출근해서 메신저에 메뉴 제안하려는 그때, 오쌤이 같은 메뉴를 제안하면 그렇게 신날수가 없었다. 약 두달정도만 함께했던 차장님과 이쌤도 모두 위트있고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시는 좋은 분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직장은 대표, 동료, 급여, 적성 넷중에 하나는 안맞게 되어있다 생각하고, 그래서 완벽한 직장은 없다 생각한다. 이전 직장을 다니며 다른 것들에 불만족한적은 있어도 동료에 있어서는 불만 하나 없이 편안하고 또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게 해준 주변 분들께 감사 또 감사를...


아까 저녁 회식을 하면서 새로운 회사 사수가 올 한해는 어땠냐고 물었다. 블로그 글때문에도 며칠동안 혼자 생각했던 건데 방금 올 한해를 정리하는 멘트를 떠올렸다. JUST DO IT! 한국말로 하면 가보자고~~~~

항상 행동하자고 (그것도) 생각 먼저 하던 지난 날의 나. 가끔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것처럼 보인 적도 있을텐데 사실 그것도 내가 미리 생각한 여러 개의 선택지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민하고, 계획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길어질 수록 겁이 많아지고, 선택을 미루다 극단적으로 아예 포기해버리기도한다. 포기한 것에는 항상 미련이 남고 사람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데 그건 그닥 건강한 삶의 방식이 아니니까. 앞으로 걸어서 걸어서 지구 한바퀴도 돌고 온세상 사람들도 다 만나야 하니까~ 


그래서 생각을 좀 적게, 짧게 하고 우선 몸으로 움직여야할 필요를 느꼈고 올해 3월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실천해왔다. 

그 결과 8개월동안 첫 취업과 이직 모두 경험했고 두 선택 모두 이게 맞나싶던 결정 직후와는 다르게 맞았음을 느끼고있다. 

어휴 글쓰다 내려야되는데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여튼 사람이란게 어느정도 중간이라는게 필요한데 이미 추진력 강한 사람한테는 가보자고 마인드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나처럼 너무 무거운 엉덩맨에게는 가보자고 마인드가 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찐 2021년의 마지막날 퇴근길 지하철. 시간이 다행히 맞아서 특급을 탔다. 럭키~


생각하면 바로 방금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기억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호주에서 살던 시절 놀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기억이다. 

어렸을때부터 항상 외국에서 살아보고싶던 나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내가 주인공이 사는 동네에 사는 상상을 했다. 

호주에서 어느 날, 사장님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다온 날인지 언젠가 밤에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상상했던 그게 현실로 이뤄진 것 같아 신기했다. 자기계발서도 싫어하고 꿈꾸면 이뤄집니다...! 이런 얘긴 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 생각하는 현실주의자이지만 진짜 말 그대로 생각한대로 이뤄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이후로 이따금씩 그 기억이 떠올라서 더 상상하고 더 꿈꿔보자 생각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서울역 근처에 있는 새 오피스를 쓰는 젊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수원에서 학교를 다닐때 8800을 타고 시청앞에 내려 광화문, 삼청동 일대를 거닐다 서울역에서 다시 8800을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는게 나만의 힐링코스였다.

배차간격이 꽤 길고, 한번도 럭키하게 탄 적이 없어 기다려야했던 8800때문에 항상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건물만 목이 빠져라 구경했었다.

드라마 미생을 여기서 찍었다는데 나도 장그래처럼 이런데서 일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한번 쯤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서울 스퀘어가 같은 높이에서 보이는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다시 또 한번 계속 상상하고 꿈꿔야지. 한계를 두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몇살이 되어도 항상 더 넓고 높은 곳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제 시동은 걸었으니 엑셀 밟는 2022년이 되길 바라며! 

야식에 케이크까지 먹고 배부르지만 역류성 식도염 도질까싶어 침대에 ㄴ자로 앉아 글을 마무리하는, 26살 수의 2021년 배웅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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