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침사추이 호미인(Hongkong Tsim Sha Tsui Homy Inn) - 언젠가 서사장의 숙소 리뷰

추억 10점 만점에 10점
위치 10점 만점에 9점
청결 10점 만점에 5점
방크기 10점 만점에 6점
재방문 의사 No
이유 : 다음 방문시에는 직접 번 돈으로 더 비싼 숙소를 예약하길 희망함.


수능 끝나고 대학 입학 전 황금기였던 2015년 1월,
인생 첫 해외여행으로 언니랑 홍콩에 갔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언니랑 나


울산에서 인천까지 새벽버스를 타고 가면서 가방 안에 있던 환전한 돈이 신경쓰여 제대로 잠도 못잤다.
처음 오래 타보는 비행기에서 귀가 그렇게 아파 고생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홍콩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저녁 5~6시쯤이었던 것 같다.

수능 영어에 특화되어서, 알아듣는척 했지만 공항 유심칩 가게 점원 말을 못알아들어 한참을 낑낑대다 겨우 유심칩 갈아끼우고 도심지로 왔더니 그 유명한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고개가 꺾이게 봐야할 정도로 위로 치솟은 마천루들의 위압감에 좀 무섭기도 했다.


숙소가 있다는 건물 근처에 도착해서 카톡으로 숙소 주인한테 연락했다. 매니저가 데리러나온다고 해서 건물 근처를 기웃거리며 기다렸다. 조금 이따가 작은 체구의 남자가 나와서 숙소 찾아온거냐며 따라오라며 앞장 섰다. 

그냥 일반 상가 건물같은데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길래 혹시..하며 미래 내 장기의 안부를 걱정했다. 엘레베이터를 찾아 탔는데 정말 좁았다. 셋 다 아무 말도 없는 좁은 공간의 정적 속에서 다시 내 장기를 걱정했다. 다행히 이내 열린 문 너머로 의심의 여지없이 숙소 입구로 보이는 곳이 있어 괜한 걱정이었다며 웃을 수 있었다.


안에는 나름 아늑한 작은 리셉션이 있어서 우리를 마중나와준 매니저가 체크인 해줬고 리셉션 왼쪽으로 난 길로 가면 첫번째 방으로 안내받았다. 

세월을 가늠할 수 있는 그 당시 유행 필터...


스탠다드 더블베드룸이었는데 문 열면 바로 샤워부스가 있고 샤워부스의 바깥면 한쪽으로 맞닿게 침대가 하나 있었다. 벽에는 작은 창문이 있고 침대 옆으로 캐리어 펼치면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정말 좁은 통로가 있었다. 

침대 시트는 빤 것 같은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하얗긴한데 위에 드문 드문 먼지같은게 묻어있어서 딱히 깨끗한 것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 숙소에 대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였다. 
샤워부스는 그래도 샤워하기에 아주 좁은 공간은 아니었는데 화장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세면대가 아이패드만 했다. 아이패드만했다고 하는게 오히려 과장일 수도 있는 말도 안되는 크기였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감당할 수도 없는건데 이럴거면 왜 달아놨을까 진심으로 궁금하게 했고 아직도 궁금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방은 그냥 고시원 수준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딱히 많은 숙소를 가본 것도 아니었고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3박 4일동안 잘 지냈다.


숙소를 체크인하고서야 마음 놓고 늦은 저녁도 먹고 근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밤 늦게 돌아와서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 옆에 있던 창문으로 어느 나라던 밤의 번화가에서 들을 수 있는 술취한 사람들의 고성방가와 거리 소음이 들렸다. 아주 큰 소리는 아니었을뿐더러 새벽 차 타고 사람 많은 공항에서 긴장해있다가 비행기타고 숙소 찾느라 지쳤던 터라 잘 잤다.

다음날부터 이틀간 고된 일정의 관광을 했는데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면서 불편함을 못느낄 정도로 숙소 위치는 좋았다.

여행이 전체 3박 5일로 한국 가는 비행기가 새벽비행기라 마지막날은 공항에서 밤샘하기로하고 3박만 예약을 했었다. 체크아웃 하고서도 짐을 맡아주어서 공항버스 타러가기 직전까지 빈손으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무려 디카로 찍었던 홍콩 야경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삶이 팍팍할때 더해지는 그 시절의 그리움에 홍콩은 정말 꼭 다시 가고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수능 끝난 고3과 대학교 2학년의 첫 해외여행이라니 이건 여행 내내 물만 마셔도 재미있을 여행인거다.

5년이 흘러 나는 취준생이 되었고 언니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그때처럼 가까운 미래에 대한 로망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리고 어디선가 미친 코로롱이 나타나버려서 언제 다시 마스크 안쓰고 해외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로망과 기대를 갖고 둘 다 멋진 직장인이 되어 숙소에서 홍콩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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