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캡슐호텔 아스틸 도톤보리(Osaka capsule hotel Astil Dotonbori) - 언젠가 서사장의 숙소 리뷰
위치 10점 만점에 9점
청결 10점 만점에 10점
가격 10점 만점에 10점
신선도 10점 만점에 10점
재방문의사 Yes but can't...
3년 전 이맘때 학교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다.
개인적인 일때문에 멘탈이 좋지않은 상태였는데 1,2학년때 모른 척 방치해둔 전공 수업들을 몰아들어야해서 넋을 반쯤 빼놓은 채로 학교를 다녔다.
홍콩여행 이후 다음 해에도 1월에 해외여행을 했었던 터라, 1월에 여행 한번 갔다오고나서 그 해를 절반은 추억팔이로 절반은 내년 1월에 대한 기대로 지내는 게 일종의 패턴이었다.
2학기 종강만 하면 어디론가 튀어야지 하고 버티고있던 와중에 진에어에서 얼리버드로 항공권 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강시간에 진에어 웹사이트 계속 새로고침해서 한자리를 얻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 안나는데 오사카-인천 왕복으로 한 10만원쯤 낸 것 같다.
혼자 빨간버스타고 서울 가서 느적거리다 기숙사로 돌아오는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지만, 색다른 곳에 가서 혼자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해외여행!
이땐 일본어라고는 스미마셍밖에 몰랐지만 혼자 여행하기 좋은 나라 목록에서 제일 만만해서 골랐던 것 같다.
항공권 예매하면 바로 숙소까지 예약해둬야 마음 편한 스타일이라서 같은 달에 숙소까지 예매했다. 여행 루트 짜고 숙소 검색해서 골라 예약하는게 이 때 유일한 낙이었을거다. 내가 잘하는 과거 미화를 해도 아직까지 우울함 그 자체로 남아있는 학기였기때문에...
많이들 그러듯 나도 오사카랑 교토를 묶어서 여행할 예정이었고, 짐은 가방 하나라 무겁지않으니 굳이 한군데만 있지않아도된다 생각해서 숙소를 3일 다 다른데로 잡았다. 미리 언급하자면 이때 3일의 숙소 중 두군데가 지금까지 내가 머문 숙소 탑3에 든다.
첫 날은 저녁에 오사카에 도착하는 일정이었기때문에 오사카 번화가 근처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찾았다. 일본에서 저렴하기로는 캡슐호텔을 따라올 수 없었고 마침 도톤보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후기 좋은 캡슐호텔이 있어 예약했다. 그때 환율이 딱 100엔에 1000원 하던때였는데 하루 묵는데 19000원정도 했던 것 같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는데 정말 따뜻했다. 바리바리 껴입고 밖에서는 모르다가 실내 들어가면 답답함 느껴지는 그정도의 포근함이었다. 1월이었는데 한국 11월같은 느낌이었다.
공항에서 나와 빠르게 전철타고 시내까지 왔다. 오사카난바역에서 내려 바로 숙소를 찾았다.
역에서 내렸을때 7시를 좀 넘겼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역 근처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않아서 숙소까지 가는 길이 한적했다.
숙소가 상점가에 있었는데 주변 상점들도 편의점 빼고는 다 닫았던 것 같다.
건물 전체가 숙소가 아니라 상가 건물 일부 층만 쓰고있어서 처음엔 건물 앞에서 지도는 여기라고 하는데 잘못왔나? 하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심지어 건물에 들어가서 엘레베이터도 잘 못찾아서 한참만에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5층 로비에 내리면 캐리어 놓는 공간들이 있고 안쪽에 작게 리셉션이 있다.
여권 보여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해주는데 직원들이 일본어말고 다른 언어도 잘 구사해서 불편함이 없다. 내 여권 케이스를 보고 귀엽다며 친절하게 응대해주던 직원이 생각이 난다. (카와이데스네~~~)
체크인 하면 다음날 조식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이랑 쥬스 그리고 귀마개, 안대 등 편의용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여자 남자 층이 따로 있는데 여자 층은 로비층이랑 그 윗층으로 두 층이 있었고 나는 로비랑 같은 층에 있는 곳으로 배정받았다. 목욕탕처럼 팔찌형태의 키를 받아서 신발장 - 옷장을 거치면 캡슐방 - 화장실 - 샤워실 순서로 안쪽으로 깊게 구성되어있다.
짐은 옷장에 넣어 잠궈두고 안쪽 공간을 본격적으로 구경했는데, 복도에 양쪽으로 늘어선 캡슐공간을 보고있자면 미래에 온것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썼던 층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면 2층 침대로 총 20~30명 정도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 넓지않은 공간에 그정도 인원을 배치해서 숙박시설을 만들생각을 하다니...정말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저 캡슐공간 입구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원하는 위치에서 멈출 수 있는 블라인드 커텐으로 되어있어서 열어놓거나 닫아놓거나 반만 열어놓을수도 있다.
들어온 문과 반대에 있는 문을 열면 화이트톤으로 아주 깔끔한 화장실이 나온다. 세면대, 화장실, 샤워실이 따로 나뉘어져있고 화장실에 구비된 어매니티가 어마어마하다.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칫솔, 샴푸, 바디워시 수준을 넘어서 온갖 헤어제품과 화장솜, 빗까지 모든게 다 있었다.
샤워실은 문을 열면 안쪽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과 옷걸이가 있고 안쪽에 샤워하기에 불편하지않을 최소한의 공간으로 샤워부스가 있었다.
가성비 만점인 숙소를 나와서 10분 안되게 걸었더니 금방 그 유명한 도톤보리 글리코상이 있었다. 역이나 숙소 근처랑은 비교도 안되게 관광객이 엄청 많았다.
나도 그 앞에서 인증샷 좀 찍고나선, 낭낭이가 갔다던 스시집에서 스시를 먹고 타코야끼를 사서 강 근처 벤치에 앉아 혼자 먹고나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더 갈데도 없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푸딩을 사와서 로비 옆 공용공간에서 먹으며 혹시 비슷한 또래 여행객이 나오진 않을지, 그럼 말을 걸어도 될지, 어떻게 걸지 그런걸 생각했는데 사람이 없었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보이는 남자 한분이 근처 테이블에 앉아 뭘 읽다가 들어가버렸는데, 혹시 누가 더 올까싶어 자판기에서 맥주 뽑아마시며 종이접기나 했다.
너무 좁아서 답답하지않을까 걱정하는 캡슐호텔 내부는 그렇게 좁지 않았다. 물론 가로 폭이 아주 넉넉한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벽으로 막혀있다뿐이지 사이즈는 내가 지금 누워있는 싱글 침대랑 그렇게 차이 없다.
수원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오사카로 오느라 꽤나 피곤해서 아주 잘 잤다. 새벽에 뭔가 비내리는 것같은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지 하며 잠깐 깨긴했었는데 나중에 체크아웃하고 나와보니 하늘은 맑기만 했다.
내가 그렇게 늦게 일어난 건 아니었는데 다들 벌써 나가버렸는지 내가 화장실, 샤워실에 갔을 땐 텅텅 비어있었다. 이후 다른 숙소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 여행 패턴이 다 달라서 화장실, 샤워실 부스가 터무니없이 적어보여도 겹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처음 혼자 한 일본여행의 첫 숙소라 그런가 지난 일본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었다.특히 그 깔끔하게 정리된 화장실이 아주 인상깊어서 다음에 또 오사카에 가게되면 이 숙소에서 묵고 그땐 제대로 사진으로 남겨야지! 생각했다.
아고다에서 검색되길래 여전히 잘 영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위치 확인차 구글 지도에 검색했더니 폐업했다고 한다.. 에이 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더니 코로나로 인한 불황에도 영업을 지속하려했으나 상황이 나아지지않아 결국 올해 8월에 결국 폐업했다고 공지문을 올려둔 것을 확인했다ㅠㅠ
좋았던 숙소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자 글을 남기는 것도 있지만 이젠 10개월째 지속되는 코로롱의 행패에 지쳐 여행가고싶은 마음에 추억팔이하는 것도 컸는데 정말 좋아했던 숙소가 코로롱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안타깝다..
언젠가 코로롱이 종식되고 다시 여행을 가서 코로롱때문에 여행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 하며 맥주 한캔 먹으면 좋았을 장소 한군데가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아직 웹사이트는 그대로 있어 들어가면 내부 시설 사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즐거운 추억팔이로 시작해 뭔가 씁쓸한 기분만 남아버린 오사카 첫 숙소 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