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봐요 박람회로!
1.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코엑스에서 박람회가 있어서,
회사가 있는 서울역이 아니라 삼성역 코엑스로 출근을 했다.
원래는 10시까지 회사에 가니까 8시 반 넘어서 지하철을 타는데
보통 9시까지 출근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출근하려고 하니까 힘들었다.
주말에도 가끔 느꼈던 1호선과 2호선 환승이 가능한 신도림 역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만 하면서
늦게 출근해도 되는 회사의 코어타임제에 감사하는 이틀이었다.
(수요일은 일반 출근시간보다 더 빨리 출근해서 사람이 없었음^^)
신도림에서 삼성역까지 지하철역 15개를 거쳐야하는데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갔다.
내가 서있는 곳 앞 좌석에 앉은 분이 계셨는데 머리가 숏컷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생긴 버릇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랑 머리 길이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어떻게 커트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귀를 팠는지, 뒷머리를 짧게 밀었는지, 파마를 했는지
윗머리는 얼마나 짧은지, 가르마는 어떻게 탔는지 등을 보면서 내 머리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한다.
왜인지 모르게 지난 날의 사진들을 보면 머리가 다 나쁘지않다 싶은데 항상 지금 머리는 마음에 안든다.
하여튼 앞자리에 앉은 분은 눈 감고 앉아계셨는데 머리가 너무 단정하고 정갈해서 관찰했다.
나랑 머리길이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다른거지 하고 봤는데
아무래도 그냥 그 분 두상이 예뻐서 그런것 같았다.
혼자 창문에 비친 내 머리 보면서 머리도 다시 만져보고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삼성역에 다와서 내려서 코엑스로 들어갔다.
박람회에서는 우리 회사 부스 앞에 KT랑 SKT 부스가 있고, 두 회사가 이벤트를 크게 해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지나다녔다.
우리 회사 부스 홍보 열심히 하다가, 오후에 사람 뜸해진 시간에 그냥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했는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숏컷머리 여자분이 지나갔다.
옷은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거랑 달랐는데, 그래도 그 분인걸 딱 알아볼 수 있었다.
알고보니 KT 부스 운영 도우미분이었다.
아마 그 분은 나랑 같은 지하철 바로 앞자리에 앉아 출근했다는 사실을 몰랐겠지만 나는 알아서 뭔가 신기했다.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는 2호선 15정거장을 같이 타고, 출근하는곳이 5미터 차이나는 곳이었다는 게 신기했다.
2.
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할 때는 조금이라도 부스에 관심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가서 말을 걸고 우리 회사, 프로덕트를 소개해야한다.
오늘은 3일차라서 이제 약간 프로덕트 소개 기계 수준으로 홍보를 했다.
한차례 설명을 막 하고 돌아섰는데
누가 회사 프로덕트 시연 페이지를 열어놓은 모니터를 엄청 관심있게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 프로덕트같은 경우에는~" 소개하면서 말을 걸었다.
소개 내용을 듣더니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그 사람은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을 봤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대학교때 다른과 친구 민석이가 생각이 슬쩍 났다.
그러고나서 질문하는걸 들어보니까 말투도 비슷한 것 같았다.
박람회에서는 방문객이나 홍보하러온 사람들이나 다 소속, 이름이 적힌 이름표 목걸이를 걸고들 있는데
자켓 안쪽으로 가려진 목걸이를 슬쩍 봤더니
진짜 민석이었다.
민석이는 눈치 못채고 계속 질문하는데 나 혼자 너무 웃겨서 마스크 속으로 웃었다.
질문 다 끝나고나서 어깨 톡톡 두드린 다음에 내 이름표를 보여줬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는 사람 만났을 때 한국인들이 하는 말
뭐야?!
민석이도 역시 한국인이었다.
너 여기서 일해?! 진짜 오랜만이다!! 하면서 악수했다.
내가 호주 돌아왔을 때 수원에서 술먹을 때 본게 마지막일테니 거의 4년만이었다.
회사 브로슈어가 다 나가고 없었는데 민석이가 받아보고싶다해서 카톡으로 보내줬다.
민석이는 대학원생인데 지금 연구실에서 우리 회사 프로덕트랑 비슷한 걸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마 민석이네 연구실 사람 몇번 건너면 우리 회사 연구팀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있을거다 분명.